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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육아

세이펜 살까 말까:나는 왜 세이펜을 샀는가?

by 세서미라이프 2022. 2. 24.
 
세이펜을 고민하시는 부모님들께 저의 생각을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1. 세이펜에 대한 거부감 : 아마 많은 사람들이 TV나 스마트폰이 아이들에게 끼치는 나쁜 영향에 대해 알고 있을 것입니다. 상호작용이 가능한 현실세계와 다르게 TV나 스마트폰은 일방적이며, 오감 중 시각에 과도하게 치우쳐져 있으며, 지나치게 자극적이기 때문에 아이의 발달에 나쁜 영향을 끼칠 수 있습니다. 성인인 저에게도 중독적인데 아이들에게는 오죽할까요. 그렇기에 저는 집에서 아이가 깨어 있을 때 TV를 보여주지 않으며, 스마트폰도 특별한 일이 있지 않으면 노출하지 않았습니다.  같은 이유로 교육 앱이나 교육용 패드 등도 전혀 노출하지 않았습니다. 세이펜이라는 것도 TV나 스마트폰처럼 자극적일 것이라는 생각에 처음에는 부정적이었습니다.
 
2. 우연한 만남 : 그러다 중고 앱에 올라온 미개봉 새상품 매물을 남편이 사게 되면서 세이펜이라는 것을 집에 들이게 됐습니다. 남편 이 전한 남편 친구들(육아 선배들) 말로는 일찍 들이느냐 늦게 들이느냐 차이만 있고 결국에는 들이게 되어있다고 하였습니다. 저도 세이펜이 있으면 아이가 책을 혼자서 볼 수 있다는 말에 솔깃하여 약간 찝찝한 느낌은 있었지만 들이는 것에 대해 반대는 하지 않았습니다. 
 
세이펜을 가져왔지만 세이펜 읽기가 가능한 책 자체가 몇권 없었습니다. 책 자체가 많이 없었는데다 세이펜 사용을  고려하고 책을 사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당시 30개월이었던 첫 아이에게 세이펜을 사용하는 방법을 보여주자 놀랍도록 사용방법을 빠르게 흡수하더니 자기가 좋아하는 책(뛰뛰빵빵 핸드북)을 주구장창 세이펜으로 봤습니다. 거기에 놀라 첫 아이가 원래 좋아하던 추피 전집을 세이펜 버전으로 다시 사오니 맘카페에서 말하는 '추피지옥'이 시작되었습니다. 첫 아이가 밥 먹고 혼자서 세이펜으로 추피만 1시간 정도 쭉 봐주었기에 돌도 안된 둘째를 좀 더 수월하게 보살필 수 있었습니다. 물론 첫째의 질투가 시작되면서 세이펜보다 엄마 무릎에 앉아 엄마 목소리로 책 읽어주는 걸 요구하면서 그 평화는 끝이 났지만요.
 
3. 훌륭한 책육아동지 세이펜 : 아직 1년도 되지 않았지만 저는 세이펜을 가져온 것에 대해 후회하지 않습니다. 첫째로는 단순히 책만 있을 때보다 책에 대한 관심을 높일 수 있다는 점입니다.  세이펜을 집에 들이는 이유에는 여러가지가 있을 것입니다. 그 중 하나는 책에 대한 관심을 길러주는 매개체로서의 역할입니다. 요즘 아이들은 TV, 스마트폰, 태블릿 PC 등 미디어 환경에 일찌감치 노출되는 아이에게 그림이 움직이지 않으며 소리도 나지 않는 책이라는 매체는 밋밋하게 느껴질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책도 재미있을 수 있다는 걸 보여주는 게 세이펜입니다. 세이펜을 사용하면서 들리는 대사와 음향효과로 인해 책에 좀 더 관심을 가지게 되는 계기를 줄 수 있습니다.  저희 아이도 처음에는 아이가 효과음만 탐닉하는 듯 하여 그냥 비싼 사운드북을 사준게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렇지만 결국에는 책의 내용에 대해서 궁금해하며 엄마에게 질문하고 책을 읽어달라는 단계로 가게 되더군요.
둘째로는 세이펜은 둘 이상의 아이가 있을 때 육아 난이도를 낮춰줄 수 있는 도구가 됩니다. 저희 집 아이 둘은 엄마의 관심을 자기가 받고 싶어서 자주 싸웁니다. 몸이 두 개였으면 할 때가 한 두번이 아닙니다. 이럴 때 "세이펜 할까?"라는 말을 첫째에게 넌지시 건네면 보통은 즐겁게 세이펜을 하면서 책을 보고, 저는 둘째와 놀아줄 수 있습니다.
 
4. 마무리: 세이펜이라는 매체를 처음 접하고 이게 어떻게 되는 건가 싶어 원리를 찾아보고 했던 기억이 납니다. 지금 제게는 세이펜은 좋은 책육아동지입니다. 비싼 가격이 부담이시라면 중고로 구형 모델을 들여보고 아이의 반응을 보는 것도 나쁘지 않으리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제대로 활용하고 싶으신 분들은 세이펜 3.0이라고 새로운 닷코드를 지원하는 신모델 쪽으로 사셔야 합니다 (새로 나오는 세이펜 지원 책은 세이펜 3.0으로만 인쇄되어 구형 세이펜이 인식하는 게 불가능하다고 합니다). 물론 세이펜보다 더 좋은 것은 엄마 아빠가 책 읽어주는 목소리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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