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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정보

육아 우울증 정신과 치료 후기 : 육아가 너무 힘들고 미쳐버릴것만 같다면

by 세서미라이프 2022. 8. 29.
우울증(출처:pixabay)

혹시 육아를 하고 있는데 너무 힘들다고 느껴지거나, 매일 아이에게 화가 나서 견딜 수 없거나, 남편이 싫어진다거나, 원래 이런 성격이 아니었는데 짜증을 잘 내고 어디를 나가면 진상고객이 될 것만 같단 기분이 드시나요? 그렇다면 당신도 저처럼 우울증일지도 모르며, 미칠것만 같은 기분은 의외로 약물 치료로 쉽게 해소될 수도 있습니다.




직장맘이 정신과를 내원하게 된 계기


하늘에서 비가 쏟아지던 어느 날, 출장을 갔다 일찍 집에 돌아오는 길에 이대로는 살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정신적으로 지쳐서 힘이 없고 눈물이 절로 나고 고작 몇백미터 걷는 게 힘들었습니다. 죽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아이러니하게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 자리에서 전화를 걸어 집 근처 정신과에 예약을 했습니다.


사실 이전에도 힘들다는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단순히 가족 간의 갈등 때문에 혹은 육아 자체의 어려움 때문에 그런 것이라고 생각해서 심리상담도 몇번 받았습니다. 그러나 제 마음의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더군요. 심리상담을 받으면 속이 후련해지고 뭔가 해결되는 것 같았는데, 오히려 상담 후 진이 빠지고 녹초가 되었습니다. 그 당시에 폭발한 감정의 수렁으로 더 빠져드는 것만 같았습니다. 그러던 차에 일상에서 벗어나는 기회가 여러 번 찾아왔고 그 기회를 통해 기분전환을 해보자고 생각했지만 오히려 더 힘겨워졌습니다. 평소에 재미있어하던 것들도 시들해졌습니다. 소설이든 자기계발서든 모든 종류의 책이 눈에 들어오지 않고 게임도 하기 싫고 유튜브 영상도 재미있는게 없었습니다.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은데 일상은 내가 일을 하고, 육아를 하기를 원하니 미쳐버릴것만 같았습니다.




우울증으로 병원을 찾으면 무엇을 하나요?

병원에 방문하니 어떤 증상 때문에 왔냐고 물어봅니다. 우울증 때문에 왔다고 하면 의사와 면담을 합니다. 나의 가족, 상황 등 지금 감정 상태를 유발하는 환경적인 요인에 대해 물어보고 그에 맞는 설문을 여러장 주면서 체크해보라고 합니다. 문항이 꽤 많습니다. 제 경우는 우울, 불안, adhd 관련한 설문을 받았습니다. 문항은 인터넷에서 본 것도 있고 그렇지 않은 것들도 있습니다. 분명한 건 인터넷 자가진단보다는 훨씬 문항이 많고 구체적입니다.

한참을 앉아서 작성하여 제출하면 점수를 매긴 후 의사가 최종적인 진단을 내리면서 병세에 대해 설명해줍니다. 저의 경우는 우울 경향이 경증에서 중증으로 넘어가는 수준이고 불안 경향이 중증으로 나왔습니다. 의사가 약을 권유하는데, 약 복용으로 단번에 증상이 나아지지 않고 최소 2-3주 정도는 걸리고, 여러가지 약물을 시도해볼 것이고 맞는 약을 찾기까지 여러번 바꿀 수도 있으나 계속 치료를 따라오면 나아질 것이라고 이야기해줬습니다. 육아와 직장 생활로 힘들겠지만 5분이라도 걸으라고 이야기했고요.

진료룰 마치고 나오면, 제가 내원한 곳만 그런 것인지 모든 정신과가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처방전을 주지않고 약을 바로 조제해줍니다. 처음 약을 먹을 때는 졸음 등의 부작용이 있을 수 있으니 약 용량을 조절하라고 안내해줍니다. 약 봉투에는 OO정신의학과의원이 아닌 OO의원만 표시가 되며 약 종류는 표시되지 않습니다. 일종의 프라이버시일까요? 물론 약 포장에는 환자 이름, 조제일, 약물명이 그대로 노출되어서 약물명을 검색만 하면 내가 무슨 약을 먹는지 알수도 있습니다. 내 병을 노출하고 싶지 않다면 약 포장은 잘 버려야 될 것 같습니다.



첫 진료 이후에는 어떤 치료를 받고 어떤 약물을 복용했나요?

처음 약을 처방받은 이후 지금까지 두 번 정도 약이 바뀌었습니다 . 처음 약은 가장 약한 효능 성분으로 1주일을 복용하면서 증상이 개선되는지 부작용이 있는지 확인을 합니다. 저는 첫 약은 다른 건 모르겠고 두근거리는 느낌이 많이 있었습니다.

두번째 내원 시 좀 많이 두근거리는 것 같다고 말했더니 의사가 다른 계열의 약으로 처방을 내려줬습니다. 이 약의 경우 초반에는 엄청 졸려서 받은 약을 반만 잘라 먹었고 이후에는 약에 적응이 되어서 1T를 그대로 복용했습니다. 그렇게 2-3주째까지 복용하니 활력이 넘치는 상태가 되었는데 5시간 자고 나면 깨서 다시 잠이 안 들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동일 약을 용량을 늘린 상태이며 지금은 잠도 7시간 정도 잘 잡니다.

약물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추후 따로 포스팅을 올리겠습니다.




정신과 처방약은 정말 우울증에 도움이 되나요?

제가 정신과를 방문하기까지 갈등을 엄청 많이 했던 이유가 여러가지 있습니다. 사회적인 시선도 하나의 원인이었습니다. (저는 주변 사람 아무에게도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다고 알리지 않았습니다. 친구나 부모는 물론이고 심지어 같이 사는 남편에게조차 정신과를 간다고 직접적으로 이야기하지 않았습니다.) 또 하나는 내 증세는 약을 먹을만큼 심각하지 않다는 생각이었습니다. ‘이 정도의 우울감은 그냥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사라질텐데 굳이 약까지 먹으면서 심각한 척 할 필요가 있을까?’ 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약을 복용하고 2-3주가 지나니까 제가 생각보다 엄청나게 우울하고 불안해하고 있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우선 약을 복용하면서 사회생활에 대한 거부감이 많이 줄었습니다. 다른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도 스스럼없이 할 수 있고 같이 자연스럽게 웃고 어울릴 수 있게 되었습니다. 또 거절에 대해 두려워하는 것도 많이 감소하였습니다.

그리고 나쁜 일에 대한 내성이 증가했습니다. 약을 먹기 전이라면 사람들이 아무 생각없이 하는 말에 괜히 상처입고, 아이가 아이라서 하는 행동에 대해 화가 폭발했습니다. 약을 먹으니 이런 일들을 그냥 웃으며 넘길 수가 있더군요.

무기력감도 많이 줄었습니다. 이전에는 그냥 머릿속으로만 생각하고 행동으로는 하나도 하지 않고 나는 쓰레기라는 생각을 하며 혼자서 땅굴을 팠습니다. 약을 먹은 후로는 하나라도 더 행동을 할 수 있게 되었고 설령 하지 않더라도 괜찮다고 나를 다독일 수 있게 되었습니다.

약을 먹기 전과 먹은 후의 마음 상태가 너무 달라서 놀랐습니다. 약이 절망의 심연으로 끌어내리는 생각의 사슬을 끊어버리고 내 삶을 내가 원하던대로 활기차게 이끌어주었습니다. 특히 약을 복용을 빼먹으면서 이전의 불안함과 초조함, 움츠러드는 증세가 느껴지면서 내 자신이 생각보다 심각하게 우울하고 정신적으로 아팠다는 걸 느끼게 되었습니다.




사는게 너무 힘든 육아맘, 직장맘들에게

약을 먹는게 삶이 힘든 원인을 없애주지는 않습니다. 저만 해도 직장을 관두지도 못했고, 애 둘을 어디 다른데 맡겨 놓고 쉬지도 못했습니다. 그럼에도 정신과 약물 복용으로 마음이 조금 단단해지니까 훨씬 일상이 견디기 쉬워졌습니다. 지금껏 부정적인 생각에 빠져 우울해하고 참기만 했던 제가 바보같아질 정도로 말입니다.

육아가 힘들면 여러가지 도움을 받는게 베스트겠지만, 그렇지 못하다면 한번 정신과에 내원해서 상담을 받아보셨으면 좋겠습니다. 저의 경우처럼 의외로 매우 큰 도움을 받으실지도 모릅니다. 저와 같은 육아맘과 직장맘이 행복해졌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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